6월 24, 2024

“파트 3 결국 나오게 되나” 더 글로리 결말에서 강영천을 굳이 살려둔 작가의 진짜 의도, 로맨스의 결말은 복수로

화제성 1위 속에 마무리 된 드라마 <더 글로리>. 작가 김은숙은 파트 1에서 뿌렸던 모든 복선들을 완벽히 회수하며 깔끔하게 드라마를 마무리 시켰는데요.

그럼에도 드라마의 전체적인 어두운 부분과 복수극이라는 점에서 그 결말에 대한 아쉬움 또는 열린 부분에 대해 아직 많은 분들이 파트 3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러한 기대를 가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과 강영천의 연관성 때문이기도 한데요.

그렇다면 파트 3와 강영천의 연관성은 과연 무엇인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로맨틱한 복수

더 글로리 최종화까지 보면 약간 답답한 감정이 남습니다. 생각해보면 모든 가해자들이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는데 유독 강영천에 대해서만 확실한 복수로 끝내지 않은 게 이상하죠. 사실 최혜정은 상대적으로 가해 수준이 낮았지만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 반면 여정의 아버지를 죽인 사이코패스 강영천은 복수할 것이라는 암시만 주고 끝나니 찜찜한 거죠.

사실 이건 제작진이 동은과 여정의 결말을 더 글로리 전체 주제와 연결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한 설정 같습니다. 주여정은 처음부터 동은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했지만 동은에겐 폭력의 아픔 때문에 사랑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 둘의 로맨스는 여정이 사랑만 쫓는 인물이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었겠죠.

더 글로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처절한 복수극인데 로맨스의 비중을 늘리면 개연성과 작품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여정은 동은의 상처 투성이 몸을 본 후 그녀를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은 복수의 동행자로 여깁니다.

파트1에서는 첫눈에 반해서 동은에게 집착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여정은 동은에게 아픔이 있고 복수 때문에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죠. 둘 다 폭력에 대한 아픔이 있었기에 진정한 공감을 할 수 있었고 복수에 대한 공통된 목표의식이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로맨스가 필요한 게 아니라 복수가 곧 사랑이었던 거죠.

로맨스의 완성은 강영천

더 글로리는 강영천에 대한 복수를 시작하면서 극이 마무리되는데요. 이러한 열린 결말은 아직 해결할 거리가 남았다는 진취적인 메시지를 던질 수도 있고 또 파트 3의 여지를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동은과 여정 로맨스의 완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설정으로 보입니다.

동은은 복수만을 위해 살아왔기에 복수가 끝났더라도 마음속 상처와 피폐함이 너무 컸습니다. 그래서 여정과 행복한 삶을 누리는 엔딩은 개연성이 부족할 수 있죠. 또한 더 글로리 자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복수 이야기인데 마지막에 갑자기 행복한 로맨스로 끝내는 것은 김은숙 작가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 있었겠죠. 그래서 강영천이라는 묘수를 생각한 듯합니다.

동은이 삶을 마치려고 할 때 갑자기 여정의 엄마가 나타나 동은을 설득하는데요. 치밀한 복수 과정에 비하면 우연성이 많이 개입되어 이 부분은 나중에 추가된 설정으로 보입니다. 이때 동은은 여정의 복수를 위해 죽지 않기로 마음을 바꾸는데, 단순히 여정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폭력에 대한 복수만이 동은을 살게 하는 힘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러한 마음을 빌드업하기 위해 이전에 동은이 강영천의 편지를 읽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동은이 여정의 아픔을 이해하고 이제 자신이 여정의 복수를 대신 해주겠다 마음먹은 순간 앞으로 열차가 빠르게 달려나갑니다. 결국 둘은 주여정의 복수를 위해 또 다시 사랑하게 됩니다.

주여정 입장에서는 아버지를 잃었지만 강영천으로 인해 동은을 이해할 수 있었고 또 강영천에 대한 복수가 남았기에 동훈을 살릴 수 있었던 거죠.

스톡홀름 신드롬

현남은 사실상 남편의 죽음을 계획했지만 왜 남편이 죽자 슬퍼했을까요. 현남은 가정부로 돈을 벌고 요리나 청소 등 가사도 전담하고 있습니다. 남편 이석재는 현남에 기생하며 살면서도 자격지심과 분노 조절 장애가 있어 술만 마시면 현남과 딸에게 ㅍ력을 행사하는데요.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기분 좋아진 이석재는 갑자기 현남에게 잘해주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필리핀을 가려는 것도 행복한 가족 여행이 아니라 본인이 도박을 즐기기 위한 것이죠. 그는 결국 지나친 욕심 때문에 파멸을 맞이합니다.

현남이 슬피 우는 장면은 복수의 끝에서 오는 허탈함 드디어 폭력으로부터 벗어났다는 해방감 그리고 어쨌든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남편에 대한 죄책감 및 안타까운 심정이 모두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 현남은 장례 과정에서 남편이 원하던 것을 모두 들어주죠 남편이 사주겠다던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가고 싶다는 바다에 유골을 뿌려줍니다.

부부로서 수십 년간 연을 맺고 살아온 것에 대한 정이 남아 있던 것인데요. 현남은 마치 스토클롬 증후군처럼 남편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고 폭력에 무뎌지는 심리 기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