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 변하는 시청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재미는 물론 프로그램의 취지에 걸맞는 출연자 선정이 중요합니다. 개편 시기에 맞물려 진행자나 패널들이 교체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때문인데요.
하지만 아무리 시청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해도, 제작진과 출연자 사이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매너라는 게 존재하는 법이죠. 오늘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방송에서 잘린 연예인들을 알아보겠습니다.
“런닝맨 게스트로 고정까지..” 리지
현재 1박 2일과 더불어 장수 주말 예능 프로그램을 지키고 있는 런닝맨. 이런 런닝맨에 게스트로 출연해 자신의 분량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프로그램 전반의 재미를 끌어올린 인물이 있습니다. 런닝맨 초창기 시청률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는 리지인데요.
단발성 출연 이후 뛰어난 예능감과 특유의 성실함이 극찬을 받아아, 제작진 역시 리지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후에도 게스트로 몇 차례 섭외했고, 마침내 리지는 공중파 주말 예능 프로그램 자리에 고정 멤버로 합류하는 쾌거를 이루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리지의 활약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는데요. 정작 고정 멤버가 되자 존재감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결국 제대로 된 캐릭터도 잡지 못한 상황에서 이내 병풍으로 전락한 리지.
그렇게 리지의 존재감은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리지의 고정 섭외 소식을 알릴 때만 해도, 리지로 화제성을 유도하는 언플을 하면서 본방 사수를 독려하던 제작진이 어느 순간부터 리즈의 분량을 확연히 축소, 심지어 예능감이 부족하고 사투리만 할 줄 아는 노잼 캐릭터로 몰아가는 편집으로 리지 죽ㅇㅣ기에 나섰기 때문이죠.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출연하던 리즈는 어느 순간 촬영에 나타나지도 않아 시청자들의 의아함을 자아냈습니다.
이에 제작진은 리지가 감기 때문에 불참했다고 전했지만, 리지의 불참은 한 달 가까이 이어졌는데요. 당연히 시청자들의 문의도 폭주했는데, 이에 제작진이 건넨 해명은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습니다. “리지가 당초 고정 멤버로 합류한 게 아닌 장기적인 게스트였다”고 주장하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 리지를 하차 시키려는 모양새를 취한 것인데요. 투입 초반만 해도 가족이다, 고정 멤버다, 리지 띄워주기 급급하더니, 리지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하루 아침에 팽해버린 것 아니냐는 반응이 제기되기 충분했죠.
그렇게 장기적인 게스트로 출연하다 하루아침에 버려진 리지는 이후 한 토크쇼에 출연해 런닝맨으로부터 당한 일방적인 통보로 인해 공황 장애까지 진단 받고, 사람을 대하는 게 무서워졌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연예대상에서 런닝맨에 함께 출연했던 유재석과 이광수가 자신의 이름을 언급해준 덕분에 힘들었던 마음이 풀렸다고 해맑게 웃어 보인 리지, 마냥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한동안 시청자들의 짠함을 유발하기도 했죠.
“무릎팍도에서에 두 번이나 팽 당한” 올밴
2001년, 원맨 밴드, ‘올라이즈밴드’로 가요계에 데뷔했지만 오랜 기간 무명의 길을 걸어야 했던 올밴. 2007년 무릎팍도사의 고정 패널로 섭외되며 큰 주목을 받게 시작했는데요. 다소 과한 감이 없지 않은 강호동과 유세윤의 진행 방식에 올밴 특유의 시니컬함이 더해지며 의외의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켰었죠.
그렇게 생애 첫 예능 진출이 대박을 터뜨리며, 광고도 찍고, 타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한동안 전성기를 걷던 올밴. 그러나 2011년 강호동이 잠정 은퇴를 결정하면서 무릎팍도사도 폐지됐고, 올밴도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됐습니다. 이후 강호동의 복귀와 무릎팍도사도 부활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올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는데요. 그 자리는 당시 예능 다크호스로 떠오르던 황광희로 교체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청률이 떡락 하며, 황광희는 투입 1년 만에 하차되었고, 이후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의견을 10분 반영해 올밴을 재투입했고 덕분에 무릎팍도사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을 거라는 기대 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유세윤이 음ㅈ운전으로 하차하게 되면서 다시 한 번 개편을 하게 된 무릎팍도사.
제작진은 개편을 핑계로 올밴을 컴백, 3개월 만에 또다시 해고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이에 제작진을 향한 날선 비난이 이어졌는데요. 자신의 하차를 둘러싼 설왕설레에 올밴은 어차피 자신은 비정규직이었다는 글을 올려 자발적 하차가 아니었음을 확인시켜주기도 했는데요. 게다가 올밴의 두 번째 하차 이후 합류한 장동혁, 이수근이 강호동과 같은 sm 소속 연예인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강호동이 꽂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 제작진뿐만 아니라 강호동 역시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이후 한 방송에 출연한 올밴은 당시 섭외와 하차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충격을 받았는지 정신적으로 피폐해졌고, 회의감을 많이 느꼈다 전하며, 방송국과 인간 자체에 대한 회의감을 토로해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하하와 다르게 다시 부르지 않은” 전진
2008년 예능 무한도전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던 시기, 곧 군 입대를 앞둔 하하의 빈자리를 채울 제7회 멤버를 찾던 제작진은 의외의 인물을 발굴하게 됐습니다. 바로 무도의 레전드 회차로 평가받고 있는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특집에서 특별 게스트로 출연한 전진이었는데요.
전진 특유의 당돌한 자신감, 압도적인 체력은 매회 역동적인 아이템을 선보이던 무도의 특징에 부합했고 실제로 전진은 투입 직후부터 에이스급 활약을 펼쳐갔죠. 하지만 모두가 아는 것처럼, 전진의 활약은 투입 초반에만 살짝 빛나다, 해가 거듭할수록 눈에 띄게 줄어든 바 있습니다.
당시 전진은 여러가지 문제로 불면증과 공황장애 증상까지 겪어야 했는데요. 모든 것을 놔버리고 싶은 상황에서, 매주 몸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써야 하는 대형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했던 전진. 촬영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에 이런 내막이 숨어 있었지만, 당시 시청자들은 그의 어려운 상황을 전혀 알 길이 없었죠.
결국 전진은 군 입대와 동시에 무도에서 자연스럽게 하차했습니다. 하차 하던 당시의 상황도 홀대 그 자체였는데요. 제작진은 하하가 공익근무요원으로 배치되며 하차 하던 당시 시청자들로부터 유난히라는 반응을 자아낼 만큼 화려한 송별식을 했지만, 전진의 경우 그래도 엄연히 공식적인 멤버로 활약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차 한다는 짤막한 언급조차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년 후 선보인 새 멤버를 찾는 특집 식스맨 프로젝트 때도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뒤 강제 해쳐 당한 노홍철이나 길은 합성으로 나마 우회적으로 언급하면서도 역시 전진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의 언급도 없었습니다. 김태호 pd를 포함한 무도 제작진에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프로그램에 해를 입힌 출연자보다 힘든 시기를 겪다 본의 아니게 촬영에 소홀한 출연자가 더 용서할 수 없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