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 2024

“갑자기 날씨가 바뀌는 이유가 있었네” 더 글로리 마지막 엔딩에서 날씨가 말하고 있는 진짜 의미, 결말 해석

과거 학폭을 당한 문동은이 자신의 인생을 걸고 준비한 복수. 그 18년간의 복수의 여정은 학폭 가해자들의 인생이 파멸하면서 꽉 닫힌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때문에 <더 글로리>의 서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해석할 여지 부분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16화의 엔딩 시퀀스 부분은 나름 해석해 볼 여지들이 보이는데요.

출처 : 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2’

동은과 여정은 강영천이 이감된 지산 교도소의 정문 앞에서 내립니다. 이 장면에서는 마치 성스러움마저 느껴지는 BGM이 깔리는데요. 그런데 이때 하늘을 보면 맑았던 날씨에서 갑자기 구름이 빠르게 밀려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이들을 비추고 있던 빛들이 모두 사라지고 이내 어두워집니다.

그러자 문동은과 주여정은 서로 사랑한다 말하고 열리는 교도소 문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데, 그들이 들어서자 문이 닫히며 <더 글로리>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죠.

새로운 지옥의 시작

먼저 환하게 주인공 두 사람의 빛을 비추다가 이내 갑작스레 어두워지는 하늘 얘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예로부터 일반적으로 하늘은 신, 성스러움 혹은 천국을 은유하는 장치로 많이 쓰였습니다. 특히나 많은 작품들이 천국이나 등장 인물의 호의적인 신격에 대한 연출을 할 때 하늘에서 비추는 환한 빛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았죠.

출처 : 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2’

그런데 <더 글로리>의 마지막 화 엔딩 장면은 이러한 클리셰의 정확히 반대 상황이죠. 원래 밝았던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주인공들을 비추는 환한 빛이 사라집니다. 이는 현재 이곳에 온 주인공들의 앞에는 천국과 상반되는 지옥이 있다는 걸 말해주는 걸로 볼 수 있는데요. 돌이켜보면 <더 글로리> 내내 주여정과 관련된 장면에서는 특히나 이 지옥이라는 대사가 참 많이 나왔습니다.

문동은을 괴롭힌 학폭 가해자들 앞에서조차 언제나 흔들리지 않으며 미소 띤 밝은 모습만 보여주었던 주여정. 하지만 그런 주여정 역시 그의 아버지를 죽인 강영천 앞에선 흔들리고 또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죠. 동은이 그녀의 인생을 망친 이들 앞에 서는 것이 꺼려지고 쉽지 않듯이 여정 역시 그의 인생을 망친 강영천 앞에 서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강영천은 주여정의 지옥인 것이죠.

출처 : 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2’

하지만 지옥을 눈앞에 둔 여정은 이제 더는 두렵지 않습니다. 자신의 복수를 함께 해줄 사랑하는 문동은이 곁에 있기 때문에 이들에겐 완벽하지 못했던 1%를 채워주는 서로를 구원하는 사랑이 있으니까요.

데칼코마니

마지막 장면에서 나오는 성스러운 분위기의 음악은 지난 파트1 4화의 초반부에 똑같이 나왔는데요. 4화 장면은 문동훈이 18년 동안 박연진 패거리에 복수하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해 모든 세팅을 마치고 마침내 처음으로 그들 앞에 나타나 지난 세월 복수의 시작을 알리는 타이밍이었죠.

출처 : 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2’

이 마지막화 마지막 장면에 4화의 이 장면과 똑같은 BGM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이 마지막 화의 상황이 지난 4화 문동은이 박연진 무리의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내보인 것과 테칼코마니로 같은 상황이라는 걸 암시하는 연출로 볼 수 있습니다.

문동은은 교원 자격증이 있는데 아마도 이것이나 이와 비슷한 자격으로 교정 프로그램 강사가 된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는데, 이는 주여정이 그의 메스를 망나니의 칼로 썼다는 비유와 상통하며 복수를 돕기 위해 주여정 성형외과를 굳이 세명시에 낸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죠. 여기에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 강영천을 보다 복수에 알맞은 지산 교도소로 이감까지 시킵니다.

출처 : 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2’

이러한 상황들까지 생각해 본다면 이때의 bgm이 같다는 것은 이제 복수의 모든 세팅이 다 끝나고 그렇게 이 시점은 직접 복수 대상에게 그 복수의 시작을 알리게 되는 순간이라는 점과 이 음악이 나왔던 4화의 그 대사처럼 이미 인생의 중요한 것들을 잃은 이들이 이 복수를 완성한다고 해서 이들에게 그 어떠한 영광도 없겠지만 지난 박연진 무리에 대한 복수가 그랬듯이 이번 복수에도 또한 절대 용서는 없을 거란 걸 암시하고 있죠.

두 가지 의미

정리하자면 이 마지막 장면에 이 천국과 반대되는 지옥 은유는 두 가지 중의적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첫째 강영천이라는 주여정 삶의 끔찍한 지옥. 하지만 이제는 서로에게 구원이 된 사랑하는 사람과 이 복수를 함께 하게 됐으니 더 이상 여정은 두렵지 않습니다.

출처 : 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2’

언제나 마주하기 힘들었던 이 지옥을 대면하기 위해 그의 지옥 강영천이 기다리고 있는 마치 지옥문과 같은 교도소 문을 들어서는 이들의 발걸음엔 어떠한 망설임도 두려움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 둘이 함께라면 이들 인생에 있어서의 지옥처럼 느껴지던 것도 이제 더는 꺼림찍하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죠.

둘째 드디어 시작되는 사림마 강영천의 지옥

성공적인 복수의 일타 강사 문동은에게 과외까지 받으며 하나하나 철저히 준비한 주여정 주여정은 문동은과 함께 지옥의 문을 열고 그의 삶을 고통스럽게 한 지옥을 마주하러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 지옥은 이제 더는 주여정의 지옥이 아니라 수감된 감옥이 너무나 편하고 좋다던 강영천 그에게 펼쳐질 끔찍한 복수의 지옥이죠. 사형 선고를 받은 무기수 강영천은 평생을 감옥에서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 끔찍한 고통의 지옥을 살아가게 될 겁니다.

출처 : 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2’

복수를 다루는 많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상당수 작품들은 복수의 덧없음이라는 주제의식을 가진 경우도 많은데요. “복수로 취할 이득보다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매달리는 게 더 손해일 것 같은데”라고 한 하도영의 이 대사가 그런 의식들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에 대해 주여정은 복수를 하는 이유가 삶에 있어서 뭔가를 더 얻겠다고 이득을 보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그저 현재 겪고 있는 불행을 조금 덜기 위한 발버둥이라 말합니다.

복수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생각 차이가 분명하죠. 뭐가 맞는 것인지는 결국 개인의 가치 판단 문제이겠지만 이 드라마 <더 글로리>는 복수를 끝내 완수하는 사이다 결말 엔딩을 보여줍니다.

결말이 전하는 메세지

이 결말을 통해 이 드라마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엔딩이 무조건 복수를 해 갚아주는 게 더 행복한 길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이 드라마 <더 글로리>는 멜로극 장인인 김은숙 작가가 쓴 복수 멜로극이죠. 즉 본질은 멜로극이고 복수는 단지 이 멜로극을 돋보이게 하는 하나의 소재일 뿐입니다.

출처 : 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2’

이 드라마의 주인공 문동은의 삶을 통해 우리는 복수가 얼마나 힘들고 모든 걸 걸고 일을 철저히 준비한 이의 인생이 얼마나 삭막하고 암울한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절대 주도적으로 복수에 나서서 행복한 삶을 쟁취하라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복수의 모든 것을 건 삶은 결코 쉽지 않고 행복할 수 없다는 걸 그 어떤 드라마보다 잘 보여주고 있죠.

출처 : 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2’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있었기에 복수로 파멸된 삶의 여자와 남자가 구원받을 수 있었다는 얘기로 사랑의 위대함 사랑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있는 결국 사랑 찬가의 서사 드라마라는 걸 잘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