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많은 작품에서 열연을 펼쳤던 김지영 님은 빈곤층부터 재벌, 정감 가는 어머니부터 악녀의 모습까지 소화해내며 항상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었던 배우였습니다.
그랬던 김지영 님이 작고한 지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요. 사실 그녀가 우리 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분들도 종종 계십니다. 지금도 종종 방송되는 김지영 님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더욱 그렇죠.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김지영 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그녀를 추억하는 내용을 담아보고자 합니다.
나아가 김지영 님을 생각만 하면 눈물을 글썽일 정도로 여전히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는 김나운 씨와 이순재 님의 이야기를 함께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녀의 과거
김지영 님은 8살이던 당시 광복을 겪었고 그 해 고향인 함경도를 떠나 서울로 이주해 옵니다. 하지만 바로 5년 뒤인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그녀의 아버지는 가족을 버리고 떠나고 맙니다.
그렇게 가장 힘들었던 시기 가족의 생계는 자연스럽게 어머니의 몫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어머니를 닮아서 인지김지영 님은 평생 가족 뒷바라지를 하다 돌아가신 그녀의 어머니처럼 가족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게 됩니다.
스무살의 나이에 연극 배우로 데뷔했던 김지영 님은 데뷔한 지 3년 만에 영화 배우로 스크린 데뷔까지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후 결혼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배우 생활을 잠시 쉬게 되었는데요. 그러다 아픈 남편과 4남매의 뒷바라지를 하고자 다시 연기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얼마나 경제 상황이 어려웠는지 조연이 들어와도 조연에 맞는 옷이 없어서 단역만 전전했다고 하죠.
이후 알려진 사실이지만 김지영 님의 남편은 술독에 빠져서 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술에 절은 폐인인 남편을 극진히 간호했고 남편은 그 덕에 12년 만에 건강을 되찾게 됩니다. 하지만 건강이 나아진 남편은 또 다시 술을 입에 댔다고 하는데요. 결국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고 하죠.
배우라는 직업
남편과 아이들의 생계를 위해 다시 시작한 연기였지만 김지영 님에게 연기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 그 이상의 가치였습니다.
그녀는 연예계에서 심한 텃세를 겪었지만 이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만의 노선을 개척합니다. 그게 바로 사투리죠. 그녀는 거의 팔도의 사투리를 모두 사용할 수 있었는데요. 실제로 배우들의 어색한 사투리는 사투리를 쓰는 현지인들이 작품에 몰입하는데 방해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아무튼 김지영 님은 자신의 어색한 사투리위한 노력으로 지방 촬영을 갈 때면 일부러 현지 전통시장을 들리곤 했다고 하죠. 그곳에서 현지인들의 생활 언어를 듣고 외우고 따라하기까지 한 김지영 님은 개인 교습까지 받는 등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김지영 님이 사투리만 잘하는 배우였던 것은 아닙니다. 김지영 님은 연기 자체를 잘하는 배우였습니다. 사투리는 연기를 잘하기 위한 요소 중 하나였던 것이죠. 배역 이름이나 내 이름 석자로 불리는 것보다 “저분 연기 잘하는 분 이라고 불리는 게 더 좋아요”라고 말했던 김지영 님은 후배들에게 “스타가 되려고 하지 말고 연기자가 되라” 라는 말을 종종 남기곤 했다고 합니다.
길고 먼 여행을 떠나다..
김지영 님이 폐암을 앓고 있었고 급성 폐렴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은 정말 갑작스러웠습니다. 김지영 님이 폐암 투병 사실을 숨겨왔기 때문이었죠.
함께 일을 하던 동료들조차 그 사실을 몰랐다고 하는데요. 무려 2년 동안이나 투병 사실을 숨긴 채 연기 활동을 하던 김지영 님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차기작을 논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지영 님의 차기작은 영영 볼 수 없게 되었고 그녀의 후배들은 짙은 아쉬움과 슬픔을 표현했습니다.
그녀가 후배들을 무척이나 아낀다는 것은 김지영 님이 촬영장을 무단 이탈한 한예슬 씨를 감싸주는 것에서도 드러난 바 있습니다. 당시 한예슬 씨가 무단으로 촬영장을 이탈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비난을 쏟아냈지만, 단 한 사람 김지영 님만큼은 한예슬 씨를 이해해주었습니다.
그녀는 무단 이탈한 한예슬 씨에 대해 “한예슬 그 어린 것이 얼마나 힘들면 비난 받을 줄 알면서 그런 결정을 했겠어요”라고 말했는데요. 주변의 누군가가 한예슬 씨에 대해 뭐라고 하면 하지 말라고 하면서 한예슬 씨를 감싸주기까지 했다고 하죠.
그녀를 그리워 하는 사람들
배우 김나운 씨는 김지영 님의 빈소 앞에서부터 오열하며 비통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김지영 님의 별세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김나운 씨는 김지영 님의 투병 사실을 아는 몇 안 되는 동료였다고 하죠.
그런데 사실 김나운 씨에게 김지영 님은 좋은 연기자 선배 그 이상의 존재였다고 합니다. 김지영 님의 딸들이 어머니의 유품을 추스리며 이건 나운이 줘야 해라고 할 정도라고 하니 김지영 님이 김나운 씨의 제2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김나운 씨는 나눠 받은 김지영 님의 유품을 여전히 자신의 머리맡에 두고 잠든다고 합니다.
한편 배우 김지영을 그리워하는 인물이 또 있습니다. 바로 원로 배우 이순재 님이죠. 이순재 님은 동년배 중 연기력이 가장 뛰어난 여배우로 김지영 님을 꼽은 적이 있습니다. 같은 작품에서 대본을 분석하는 김지영 님의 능력을 보고 크게 감탄했다고 하는데요. ‘배우가 연기력을 키워서 성공한다는 건 김지영처럼 해서 이루는 것이다’ 라고 느끼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런 엄청난 평을 듣기까지 살아생전 김지영 님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해왔을까요. 새삼 김지영 님의 또 다른 작품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