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열풍이 분다
지난 주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 중 하나는 단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외야수 이정후(27)**였다. 시즌 초반부터 안정된 타격감을 유지하며 착실하게 출발한 그는, 지난 주 들어 폭발적인 장타력을 뽐내며 전 세계 야구 팬들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무엇보다도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한 원정 3연전에서 무려 3개의 홈런을 터뜨리는 장타쇼를 선보이며, 샌프란시스코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특히 14일(한국시간) 치러진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는 좌타자에 강한 ‘좌타 킬러’ 카를로스 로돈을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기록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는 로돈의 메이저리그 커리어에서 단일 경기 특정 좌타자에게 2홈런을 허용한 첫 사례로 기록되어, 미국 현지에서도 특별한 장면으로 주목받았다.

이정후는 지난 주 타율 0.364, 3홈런, 8타점, OPS 1.416을 기록하며 불방망이를 휘둘렀고, 비록 내셔널리그 ‘이주의 선수’는 윌슨 콘트라레스(밀워키)가 차지했지만, 실질적인 임팩트는 이정후가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그는 화끈한 타격으로 팀에 확실한 공격 활로를 제공하며, 시즌 초반 ‘샌프란시스코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부상 악몽을 씻어낸 화려한 부활
현재 이정후의 성적을 보면, 지난해의 아쉬움을 완전히 지워내고 있다. 15일 기준 시즌 성적은 타율 0.322, 출루율 0.394, 장타율 0.644, OPS 1.038, 3홈런 11타점. 특히 OPS는 1.0을 훌쩍 넘기며 리그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단지 좋은 타격감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인해 37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던 이정후는 당시 2홈런 8타점에 그쳤는데, 불과 시즌 초반만에 이 모든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당시 수비 중 펜스와 충돌해 왼쪽 어깨가 탈구되는 부상을 입었고, 이후 복귀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2024시즌 들어 이정후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단순히 타격 성적만 좋은 것이 아니라, 중견수 수비 역시 평균 이상의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지명타자로 출장하는 일본 선수들에 비해, 수비 부담까지 짊어지고도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높게 평가된다.

실제로 이정후는 시즌 초반 기준으로 조정득점생산력(wRC+) 188을 기록하며,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 등의 일본 스타 타자들을 능가하고 있다. 또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1.1로 메이저리그 전체 6위에 올라 있는 만큼, 타격+수비+주루의 모든 면에서 빅리그 최정상급 선수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이정후 정체성 재조명한 출생지 논란
이정후의 맹활약은 미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야구전문매체 **‘풀카운트’**는 그의 최근 양키스전 홈런 퍼레이드를 집중 조명하며 “애런 저지 머리 위를 넘기는 강한 타구가 인상적이었다. 원정 팬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이정후는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난 한국 선수”라는 출생 배경도 다시 한번 언급되었다. 실제로 이정후는 1998년, 아버지 이종범(현 kt 코치)이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뛰던 시절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엔 가족과 함께 일본에 거주했지만,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성장했고, 야구 역시 한국에서 배웠다.
이 때문에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이정후를 일본인 외야수로 잘못 표기해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당시 이정후 측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요청해 공식 프로필 상 출생지를 ‘서울’로 정정하며, 자신의 한국인 정체성을 분명히 밝혔다.

풀카운트는 이정후의 KBO 시절 활약도 함께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2021년 타율 0.360, 2022년 0.349를 기록하며 2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한 재능 있는 선수였다”며 “6년 1억1300만 달러에 샌프란시스코로 이적했지만, 지난해는 부상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올해는 작년의 부진을 불식시키며, 한국의 이치로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호평했다.
이제 이정후는 단지 ‘한국 대표 타자’를 넘어, 아시아 전체를 대표하는 스타로 도약 중이다. 시즌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그의 배트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과연 이정후가 2024 시즌을 어떤 기록과 모습으로 마무리하게 될지, 전 세계 야구 팬들의 기대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