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수많은 장수 프로램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가운데 kbs의 가요 무대는 흘러간 노래와 트로트를 부르며 향수와 추억을 되새기는 중장년층 대상 음악 프로그램입니다. 가요무대는 무려 1985년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꿋꿋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데요. 총 1748회 방송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지금까지도 순항 중에 있습니다.
가요 무대가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가수들의 진중한 노래, 품위 있는 프로그램의 분위기가 그 중 하나죠, 그런데 그 외에 중요한 이유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가요 무대의 최장수 진행자 김동건 님을 꼽을 수 있는데요. 그는 1년의 이유로 가요 무대 진행에서 7년간 하차했다가 2010년부터 현재까지 가요무대의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그에게 상상도 하지 못했던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김동건 님이 최근 고백한 안타까운 사연을 이야기해보고 올해로 83살이 된 그가 어떻게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었는지 그 이유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요무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김동건 아나운서
김동건 님은 1939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태어납니다. 또 6.25 전쟁이 발발한 1950년 그의 나이는 12살이었죠. 이처럼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모두 겪은 김동건 님은 역사에 살아있는 증인이라고 불릴 만 합니다.
아나운서가 됐던 시기에 대한민국은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 김동건 님이 일하던 동화방송국은 그런 혼란한 사회 분위기를 과감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유명했는데요. 사회와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국의 특징 때문에 종종 군인들이나 달러 장사치들이 방송 보도에 불만을 품고 방송국에 난입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단순히 유명한 가요 무대 간판 mc 정도가 아닌 무려 60년 차 아나운서입니다. 그것도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데뷔 60년 차를 맞았다는 것은 아주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어떻게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자기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그의 강직함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선 오랫동안 활동을 하려면 구설수가 없어야 하는데요. 일희일비하거나 순간의 재미를 쫓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지만 그런 삶의 방식은 구설수를 불러일으키기 쉽죠. 반면에 김동건 님은 변화를 싫어하는 성격 탓에 식당도 항상 같은 곳을 가고 의상도 늘 똑같은 것만 입는다고 합니다.튀는 행동을 하지 않으니 구설수에 오를 일도 없겠죠.
무엇보다 그는 아나운서를 하면서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끊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한 이유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나운서는 말로 먹고 사는 직업이다. 허투로 말해 방송 사고를 냈다면 지금까지 아나운서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즉 아나운서에게는 엄격한 자기 관리와 꾸준한 자기 개발이 필수다”라고 언급했는데요. 무려 60년이나 이렇게 자기 관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정말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갑작스러운 김동건 아나운서의 하차와 그 이유
가요 무대를 오랫동안 지켜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그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가요 무대에서 하차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kbs는 정권이 바뀌고 사장이 교체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간판 프로그램의 mc 교체는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문제였습니다. kbs 측에서 시청자들에게 김동건 님의 하차 이유에 대한 그 어떤 설명도 해주지 않았던 것이죠.
당시 시청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그의 하차를 교체된 정권의 실세가 조장한 일인지 확실치 않았음에도 정권에 대한 비판도 거세져 갔죠.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 시청자들은 김동건 님이 어떤 입장이라도 표현해주길 바랐지만 그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단지 방송가에서는 녹화를 마치고 나온 그에게 ‘누군가 다음 주부터는 다른 사람이 진행을 하게 되니 나오지 마십시오’ 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사실이 전해질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많은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항의로 김동건 님은 가요무대에 복귀하게 되었는데요. 이후 그는 갑작스러운 하차 통보 이후 7년이 지나서야 당시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
“다 지나간 이야기라 시시콜콜하게 거론하고 싶지 않다. 아직 현직에 있는 후배들도 있고 진행자 교체는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시청자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동건 아나운서고 나훈아 노래에 눈물을 흘린 이유
김동건 님은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을 위로했던 <어게인 나훈아>의 진행을 맡았었습니다. 실제로 두 사람은 평소 절친으로 유명한데요. 그래서일까요. 평소 자기 이야기를 아끼는 김동건 님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콘서트에서 가장 인상 깊은 노래로 ‘명자’를 꼽았는데요. 노래 내용이 이북 출신 피난민인 명자의 부모님께서 자신들의 부모님을 평생 그리워하다 돌아가시는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김동건 님도 이북 출신이라는 사실을 전해드렸는데요. 그는 낳아주신 부모님을 이북 땅에 두고 한 번도 찾아뵙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에게는 낳아주신 부모님 길러주신 부모님이 각각 두 분씩 계신다고 하는데요. 친 어머니는 세 살 때 돌아가셔서 이북에 묻히셨고 아버지는 6.25 전쟁 때 납북 되었다고 하죠.
결국 부모님을 모두 여윈 그는 이모를 어머니로 이모부를 아버지로 알고 자랐다고 합니다. 길러주신 부모님은 한 번도 친어머니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는데 길러주신 어머니 즉 이모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사진 석 장을 주시면서 생모의 이야기를 했다고 하죠. 그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고 나니 김동건 님이 왜 노래 ‘명자’에 깊이 공감하며 눈물을 흘렸는지 이해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김동건 님은 자신이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50년이 넘게 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나운서가 높은 자리가 아니라서 그렇다 만약 아나운서라는 자리에 권력과 돈이 따라온다면 누가 50년을 하도록 내버려 두겠는가” 김동건 님이 그동안 돈과 권력을 쫓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존경받는 아나운서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