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캐릭터 등장에 열광
대한민국 영화계의 르네상스 시기로 통할 만큼 어마어마한 수작이 쏟아지던 2천년대 중반 그 중 2006년은 사실상 배우 이준기의 해였다고 해도 무방했습니다.
2005년 겨울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가 당시로선 기념비적인 수치인 1천2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영화 역사상 엄청난 기록을 세웠기 때문인데요.<왕의 남자>의 성공에는 단연 중성적인 매력에 주인공 공길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한 이준기의 역할이 컸고, 그는 작품 성공과 동시에 무명의 신인 배우에서 모두의 러브콜을 받는 대세 배우로 떡상하게 됐죠.
왕의 남자 이후의 브라운관 첫 서브 주연작을 맡은 드라마 마이걸 역시 시청률 20%를 넘기며 흥행했고, 인기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각종 광고를 섭렵하는 와중에 석류 음료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모델로 발탁되며 석류 신드롬까지 이끈 이중기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해당 음료는 비슷한 시기에 함께 출시된 신제품 매출 100억 원이라는 독보적인 판매고를 기록할 정도였다고 하죠.
“내가 잘 해서 너네가 먹고 사는거잖아!”
그 이후에도 이준기 열풍은 한동안 계속됐고, 이준기는 왕의 남자 캐릭터 빨로 얻은 인기가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후에도 다양한 작품을 통해 특급 배우로 올라서는 듯 보였죠.
하지만 스물다섯이라는 너무 어린 나이 불과 1년 만에 정상의 자리에 오른 게 독이 된 이준기는 팬들이 자신을 보며 환호할 때도 “내가 왜 이걸 다 호응해줘야 하지?”라고 생각하는 소위 말하는 콧대 높은 스타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본인과 함께 일하는 동료나 스태프들을 보면서도 “내가 잘하니까 다 먹고 사는 거 아니냐”며 건방진 생각을 했고, 심지어 인터뷰 차 기자를 만난 상황에서는 “왜 준비를 안 해와서 똑같은 질문을 하느냐” 며 면박까지 줬다는데요.
그렇게 초롱초롱 빛나던 눈빛의 신인 배우 이준기는 온데간데 없이 흐리멍텅한 동태 눈깔이 돼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배우로 성장한 이준기의 주변에는 동료도, 스텝도, 언론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준기의 연예인 병은 무대 밖에서도 오죽 심각했는지 오래 알고 지내던 친한 친구들조차 “너를 보기가 좀 거북하다”, “예전에 알던 너가 아니다”며 절교를 선언했다고 하죠.
결국 자신을 뒤돌아 보게 되어..
절친들에게도 손절당하고 나서야 이준기는 본인을 되돌아보게 됐고, 그제서야 너무나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이준기는 스태프들 이름 한 명 한 명 외우기, 말 한마디 진심을 다해서 말하고, 현장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기, 주변 사람을 소중히 여길 것 등을 신조로 삼고 평생 지키기로 다짐했다고 하는데요.
가장 바꾸기 어려운 게 나 자신이라는데 이준기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스타병을 완치 지금은 주변 동료들로부터 촬영장의 에너자이너다, 힘들어도 절대 내색하지 않는다, 날 바르고 유쾌하다 등 항상 평가가 좋기로 유명한 배우가 되었습니다.
어느덧 데뷔 21년차가 된 지금까지도 스태프들과 동료, 선후배들의 인정과 칭찬만 이어지는 걸 보면 그때의 다짐을 지금까지 잘 지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