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 있어 아무리 오래된 사이라고 하더라도 한순간에 돈독했던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는데요. 이것은 연예계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8집까지 장장 10년간 활약했었던 힙합 듀오 리쌍으로 알려진 개리와 길도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요. 누가 봐도 돈독한 사이도 한순간 거품처럼 사라지고 이제는 다신 안 볼 것 같은 사이가 되어버린 두 사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리쌍의 갑자스런 9집 앨범 취소와 길의 사고
특유의 마초 목소리의 노래와 읊는 듯한 랩 그리고 탁월한 작사, 작곡 능력으로 곡을 만들어낸 리쌍은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대중적 힙합 듀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12년 8집을 끝으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신곡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리쌍 팬들의 초조한 기다림이 고조되던 2014년 4월에 발매하기로 한 9집 앨범 발매가 취소되며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이유는 멤버 길이 혈중 알코올 농도 0.109%에 달하는 완전한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가 경찰에 적발돼 방송 활동을 중단했기 때문이었는데요. 심지어 두 번째 음주운전이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알려지며 맹비난을 받은 길은 예능인으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도 불명예스럽게 하차해야 했을 만큼 엄청난 파장을 낳았습니다.
그렇게 길에 음주운전으로 예정돼 있던 리쌍의 9집 앨범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었고 리쌍은 이로부터 1년 후인 2015년 디지털 싱글 주마 등을 발매했지만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고 팬들의 예상과 달리 이 음원이 리쌍의 마지막 곡이 되며 아쉬움을 자아냈습니다.
미워도 오랜 동료였기에 지지를 했던 개리
하나밖에 없는 멤버 때문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준비한 앨범도 못 내고 리쌍 활동도 올스톱 된 상황의 개리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짜증 났을 테지만 그래도 함께해온 세월이 있는 만큼 사건 이후에도 길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한 공연에서는 “길을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연이은 음주운전으로 대중의 외면을 받는 길을 두둔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고 2015년 열린 연말 콘서트에서도 스스로를 사고뭉치라고 소개하는 길을 향해 “재미 없는 친구라”고 유쾌하게 디스하는 등 비록 불미스러운 사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사이의 우정에는 별다른 이상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었습니다.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리쌍, 다시는 보지 않는 길과 개리
하지만 리쌍의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선 모습은 2016년 이디아 뮤직 페스티벌을 끝으로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실 20년이 넘게 함께 활동해 온 두 사람은 아주 오래전부터 서로 상반된 성격 탓에 골이 깊을 대로 깊어진 불화를 겪어온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리쌍 멤버들의 사이가 소위 말하는 비즈니스 사이라는 건 연예계 관계자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나마 리쌍이라는 그룹이 존재한 덕분에 갈라서지 않고 음악적으로나마 교류를 이어온 두 사람. 하지만 이마저도 길의 음주운전으로 그룹 활동이 중단되며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두 사람의 사이는 더욱 멀어지게 됐고 2017년 결국 두 사람이 함께 운영해 온 일상의 소속사 리쌍 컴퍼니는 폐업 수순을 밟게 되었고, 얼마 후 개리와 길은 함께 투자했던 건물까지 매각 처리하며 그나마 남아 있던 관계의 끈을 완전히 끊어버리게 됐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예전처럼 활발하게는 아니지만 가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방송 활동을 지속했으나 서로를 언급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리쌍 20주년을 언급한 길과 이를 철저히 외면한 개리
이러한 둘의 관계는 오랜 리쌍 팬들에게는 여러모로 아쉬운 결말이 아닐 수 없었는데요. 그러던 얼마전 멤버 길이 자신의 sns에 리쌍의 20주년을 언급하며 “올해는 20주년을 맞아서 무언가 해야 하는데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리쌍의 새로운 활동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올려 팬들의 기대감을 고조시켰는데요.
이어 음원 사이트 ‘스포티파이’에 리쌍의 새 앨범 인서트까지 공개되며 정말 기다리고 기다리던 리쌍의 새 앨범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설레는 반응이 쏟아졌죠.
그러나 바로 다음 날 공개된 개리의 반응은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개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실무근 해체됨’이라는 일곱 글자의 짧은 입장을 전하며 리쌍의 공식 해체를 선언한 것인데요.
‘아쉽지만’이라거나 ‘길을 응원한다’등 진심이 아닐지라도 여러 추측과 억측을 막기 위해서 듣기 좋은 표현 한두 개 정도는 써줄 법한데 개리의 멘트는 말 그대로 길을 공식 손절해 버리는 것과 다름 없었습니다.
정황상 길은 개리와 전혀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함께 몸담아온 리쌍의 20주년을 맞아 감성에 취해 스리슬쩍 화해 제스처를 취해보려고 한 듯 한데요.
길에게 데여도 너무 많이 데인 개리 입장에서는 리쌍이라는 그룹의 명예를 아예 저버릴 만큼 길을 용서할 마음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리쌍을 다시 볼 수는 없겠지만 개리와 길 두 사람 각자의 활동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