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가 나타났다’에서 15회를 끝으로 홍효섭의 역할은 선우재덕으로 교체가 됐는데요. 이미 방영이 되고 있는 도중에 배우가 교체되는 건 시청자들에게 어색함을 주고 시청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결코 흔한 일이 아닌데요.
홍요섭은 이 작품으로 무려 6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것인데 드라마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초반에 왜 곧바로 배우가 교체되는 건지, 애초에 시작을 하지 말았어야 했던 그의 이번 드라마 하차에는 어떤 비화가 숨어 있던 것이었을까요?
대통령도 거절한 홍효섭
홍효섭은 원칙을 잘 지키는 성향 때문에 절대 두 편의 드라마에 겹치기 출연은 절대로 안 해서 손해도 많이 봤고, 작품이 끝나면 적어도 6개월은 쉬었으며, 같이 하자고 어느 피디와 약속했으면 드라마가 몇 달이고 촬영이 지연되어도 기다렸는데, 중간에 아무리 좋은 작품으로 유혹해도 거절했기 때문에 신인 시절에는 “건방지다 뭘 믿고 저러느냐?” 하는 사람도 물론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과거에는 탤런트들이 방송사마다 전속 계약으로 묶여 있어서 타 방송사에는 출연할 수가 없었는데, 홍요섭은 이런 방송국의 횡포에 반발해 “연기자가 원하는 방송국에 출연할 수 있도록 하라”며 동료 연기자들과 함께 방송 자유, 출연 선언이라는 것을 주동하기도 했죠.
한번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을 때는 방송에서 지지 연설을 해 달라는 연락이 와서 “나는 정당인이 아니고 정치하는 사람도 아닙니다”라는 전제를 하고 연설 원고를 고치고 또 고친 후, 그걸로 녹화를 하기 위해 방송국으로 갔는데, 막상 도착하니 내용이 바뀐 원고가 놓여 있어서 읽어보니 완전히 정치인들이나 하는 말들이 쓰여져 있길래, 녹화 당일이라는 급박한 타이밍에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진 걸까 해서 보니, bbk 사건이 터져서 상대를 물어 뜯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 그랬었던 것이라 말했습니다.
홍요섭은 당시 상황에 대해, “원래 원고대로라면 내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걸 조곤조곤하게 말하는 거였죠. 결국 이거 하면 큰일 나겠다고 걱정이 되어 정치를 할 거면 벌써 했을 것이기에 못합니다 하고 돌아왔어요. 나중에 보니 사오년 속 썩을 뻔했죠라”며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본인의 신조대로 행동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방송계 아웃사이더’ 홍효섭
홍요섭은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도 한 번 나갔다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면서 오버해야 했던 상황을 겪은 뒤 다시는 안 나갔고, 젊은 시절에는 영화 섭외가 들어와도 80년대 당시 외설적인 내용들이 하도 많아 하지 않았으며, 다른 연예인들이 밤무대에 아무리 서더라도 자신은 맞지 않아 하지 않았다고 하죠.
또한 활동을 쉬는 기간에는 아무리 거에게 cf 제안이 들어와도 하지 않았고, 당시엔 너무 많은 걸 포기하는 거 아닌가 생각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걸 가지겠다고 아등바등했어도 지금보다 더 잘 살지 못했을 것이기에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연기하는 일이 재미는 있지만, 이 일로 성공하고 싶다거나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없기 때문에, 못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많아 겉도는 그에게 방송계에서는 ‘아웃사이더’라는 별명도 붙여줬다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시련
홍요섭은 해군 특수부대 출신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프로급의 스킨 스쿠버 다이버 실력으로 전 세계 바다를 돌아다녔고, 후에는 네팔이나 티베트 등 오지 여행도 다니며, 유럽이나 미국 같은 곳으로 여행을 다니면 본인의 삶을 즐길줄 아는 사람이었는데요.
그렇게 홍요섭 운동과 여행에 푹 빠져 살았지만, 나이가 들어 어느 날, 드라마 촬영을 하던 중 무릎이 시큰시큰하더니 확 주저앉는 일이 벌어졌고,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많이 한 탓인지 무릎의 십자인대가 파열된 바람에 그만 대수술까지 하며 이후 힘겨운 재활을 하며 지내게 됩니다.
사실 그는 무릎 다치기 전에도 2년 반 만에 한 드라마에 컴백을 했을 당시, 맹장이 계속 안 좋아 약만 먹고 버티다가 결국 증세가 심각해져 급성 충수염으로 수술대 위에 오르기도 했었는데요. 그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고 약만 먹고 이를 참았더니, 의사가 이 정도면 굉장히 아팠을 텐데 어떻게 견뎠냐고 놀랄 정도로 상태는 심각해져 결국엔 수술을 받으며 몸이 기력을 잃어 살이 쭉 빠졌지만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어쩌면 이렇게 하나도 안 변했느냐? 비결이 뭐냐?”고 묻기도 했다고 하죠.
하차하게 된 진짜 이유
홍요섭이 결국 이번 ‘진짜가 나타났다’ 에서 하차 하게 된 것도 건강상의 이유였는데요. 오랜 시간 휴식했다가 안방극장에 복귀했지만, 과거 다리 수술을 한 데다가 목소리도 예전과는 달리 발음도 부정확하면서 말이 어눌하다는 게 느껴질 만큼 목소리도 잘 안 나왔다고 하는데요.
그동안 아픈 데가 있으면서도 아픈 기색을 드러내지 않으려 힘겹게 촬영에 임해왔지만, 그는 자신의 정확한 하차 이유에 대해 “제가 몸이 아파서 나이가 들다 보니 건강이 안 좋은 점이 있었다. 오랜만에 방송에 나왔는데 너무 힘들고 몸도 아프고 해서 지금은 치료를 받고 있다. 부정맥도 있고, 건강이 좋지 않은데 피해를 주면 안 될 것 같아서 결정하게 되었다 6년 만에 다시 나오니까 여러 가지로 힘든 것도 있고 부족한 것도 느꼈는데, 몸까지 아프고 하니까 더 하면 힘들겠다 해서 하차를 결정하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홍요섭은 드라마에 처음 들어갔을 때만 해도 1, 2주면 적응할 수 있으리라 믿고, 그래 한번 해보자는 결심으로 임했었던 것이었다고 하는데요. 함께 드라마에 출연한 차화연은 그에 대해 “굉장히 쑥스러워하셨고, 오랜만에 하시다 보니까 많이 부끄러워하셨다 6년 만의 출연인데 대사가 너무 많아서 멘붕을 겪고 계셨다 작품에서 큰 역할이었다. 큰 역할인 만큼 부담을 크게 느끼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드라마 제작진은 공식 발표문에서 일신상의 문제라고 모호하게 말했지만, 사실 홍효섭은 드라마를 계속 이어가기 힘들 정도로 건강 상황이 좋지 못했던 것이었는데요. 많은 사람들은 홍요섭을 보며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떻게 외모가 변하지 않고 똑같냐며 놀라워했지만, 사실 그의 몸은 우리가 몰랐던 사이에 이래저래 닫히기도 하면서 보기와는 다르게 좋지 못했던 상황이었고, 어릴 적부터 아버지로부터 배워왔던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인생관도 있었기에 동료들에게 더 이상 피해를 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아쉬운 하차를 결정하게 된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