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습니다. 본인이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망설임 없이 박수 칠 때 뒤돌아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종종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하는데요. 하지만 그 시기를 너무 이르게 잡은 나머지 모두를 아쉽게 만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로 KBS ‘동네 한 바퀴’의 김영철 씨인데요. 김영철 씨가 갑자기 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이에 많은 시청자들이 그의 하차에 대해 의아해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시청자도 진행자도 제작진도 모두가 애정을 가지고 함께 만들어가던 프로그램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김영철 씨는 대체 왜 이 정든 프로그램을 떠났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영철과 ‘동네 한바퀴’의 만남 그리고 장수 프로그램
2018년부터 시작한 ‘동네 한 바퀴’는 제작진의 소개에 따르면 아날로그 감성 도시기행 다큐멘터리입니다. 사실 4년 전 여름 파일럿으로 방송될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김영철 씨가 연기는 잘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아본 적은 없을 텐데 과연 잘할까 반신반의하며 방송을 지켜보았는데요.
그런데 그런 걱정을 한 이들이 무한해질 만큼 김영철 씨는 자신을 알아보는 중장년층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며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 속으로 녹아 들어갔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사실 기획 의도에 걸맞는 훌륭한 진행이었는데요. 그러나 아마 여기서 그쳤다면 이 프로그램은 지금처럼 온 국민의 사랑을 받지 못했겠죠.
김영철 씨는 인터넷 속 김두한의 ‘사딸라’나 ‘관심법’ 밈 등으로 젊은 층에게도 익숙한 유명인이죠. 그러다 보니 그는 촬영 중 만나는 1020 세대와도 우승 코드가 통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었는데요. 김영철 씨가 “아저씨 알죠?” 물으면 교복 입은 학생들은 ‘사딸라’를 외치며 그를 향해 달려왔습니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김영철 씨를 만나면 무장 해제된 채 웃을 수 있었던 것 입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김영철 씨의 세대를 아우르는 유명세와 공감 능력 덕에 평균 시청률 7%에서 9%라는 대기록을 세웠는데요. 이는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교양 프로그램임을 감안했을 때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충격적인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갑작스러운 하차
이렇게 잘 나가던 김영철 씨가 178회 만에 갑자기 프로그램 하차를 발표를 했습니다. 이는 동네 한 바퀴를 사랑하던 애청자들에겐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는데요.그러다 보니 “정권이 바뀌니 밀려나는 것 아니냐”, “외부의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 등등 별의별 말이 다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김영철 씨 측이 내놓은 공식적인 하차 이유는 다음에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체력적인 문제입니다. 김영철 씨의 나이가 올해 벌써 70세이기 때문입니다. 한 해 방송에 무려 3일의 촬영이 필요한 동네 한 바퀴는 그에게 꽤 부담스러운 스케줄일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의 경우 녹화 내내 동네를 걷고 또 걸어야만 하는데요. 걸으면서 또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 녹화 방식 역시 70세가 넘는 나이에 김영철 씨의 몸에는 무리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두 번째 이유 바로 연기에 대한 목마름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김영철 씨는 명배우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인데요. 그를 제대로 알리게 된 ‘태조 왕건’과 ‘야인시대’ 두 작품 모두 2000년대 초반 드라마임에도 아직까지 인터넷상에 패러디물이 돌고 있을 정도로 파급력이 어마어마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동네 한 바퀴 촬영과 병행해 ‘태종 이방원’ 등의 출연 여전히 신들린 사극 연기를 선보였는데요. 그런데 김영철 씨는 ‘태종 이방원’과 ‘동네 한 바퀴’에 함께 출연하던 식이 배우라는 직업과 동네 한 바퀴를 병행하기란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고 합니다. 결국 그는 본업인 연기에 전념하고 싶다며 하차 의사를 밝히게 된 것 입니다.
논란의 여지를 남겨 놓은 김영철 후임의 결정
문제는 많은 시청자들이 이런 김영철 씨의 결정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그의 후임으로 결정된 차기 진행자가 김영철 씨와는 너무나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시청자들이 후임인 이만기 씨를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첫 번째 두 사람의 전혀 다른 이미지입니다.
지금까지 김영철 씨가 편안하고 잔잔하게 골목 속으로 녹아 들어가 그곳에 사는 이들을 만났다면 이만기 씨는 큰 목소리로 동네를 휘어 잡을 것이란 느낌이 있죠. 그러다 보니 원래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시청자들 입장에선 이건 시즌 2가 아닌 아예 다른 프로그램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두 번째 이유는 나레이션입니다. 많은 시청자들은 동네 한바퀴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듣다가 스르르 잠들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한 김영철 씨의 나레이션을 꼽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만기 씨는 그런 나레이션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죠. 제작진 역시 이런 부분은 미리 예상했던 듯 이만기 씨는 진행자로 내세우고 나레이션에 나문희 씨를 따로 섭외하기도 했는데요. 나레이션과 진행을 나눠 부족한 부분을 커버한다 글쎄요 나문희 씨의 목소리와 이만기 씨의 진행이 얼마나 어울릴지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반대 이유 다름 아닌 이만기 씨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색채 때문입니다. 이만기 씨는 총선에 출마했다. 낙마한 경력이 있는 인물이죠. 그런 사람이 동네를 돌며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눈맞춤에 안면을 익힌다, 어찌 보면 선거운동 기간을 벗어나 선거 운동을 하는 듯한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
이만기 씨 본인도 이런 우려를 잘 알고 있는 듯 동네 한 바퀴 시즌2 제작 발표회에서 “정치인 욕심 다 내려놨다. 쳐다도 안 볼 것이다” 라는 다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찌 됐든 여러 걱정과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문희 씨의 나레이션에 힘입어 이만기 씨의 동네 한 바퀴는 그 막을 올렸습니다. 과연 김영철 씨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꽉 찬 동네 한 바퀴가 될 것 인가는 함께 지켜볼 수밖에 없겠죠. 더불어 연기자로 컴백할 김영철 씨의 또 다른 인생 캐릭터 역시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