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딸
임지연은 3남매인데 여섯 살의 언니와 다섯 살 아래 남동생이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6남매 중 장남이셨고 그래서인지 아들을 낳길 원하셨는데 어머니가 임지연을 임신하셨을 때 모두가 아들이라고 생각했고 사주를 받는데도 아들이었다고 한다.
부모님은 남자 아이의 선물까지 사놓고 기다리셨지만 그렇게 1990년도 서울 금호동에서 태어난 건 딸 임지연이었다. 부모님은 당연히 실망하셨고 임지현도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되며 실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들이 없어 아쉬웠던 부모님은 결국 5년 뒤 막내 아들을 얻게 되며 임지연은 언니보다는 남동생과 더 많이 유년 시절을 보내게 된다.
어머니는 임지연을 임신하셨을 때 태몽에서 사슴이 한 마리 나왔다고 하셨는데, 그러고 보면 임지연은 사슴을 많이 닮기도 했다.
학창시절
임지연은 어렸을 때부터 수련회나 학교에서 장기 자랑을 할 때면 항상 제일 먼저 나설 만큼 무대에 서는 걸 좋아했다. 우연히 가게 된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에 빠지게 되며 반주를 하기 위해 교회를 갔고, 그로 인해 지금까지 교회를 다니고 있다고 한다.
임지연의 어머니는 뮤지컬이나 연극 보는 걸 좋아하셨는데 항상 임지연을 포함한 3남매를 데리고 가셨다고 하며, 이때 내한 공연이었던 뮤지컬 <캣츠>를 보게 되면서 큰 감명을 받고 배우라는 꿈을 꾸게 됐다고 한다. 그로 인해 예중, 예고에 진학하길 원했으나 경찰이셨던 아버지는 보수적이셨고, 가족 중 예체능 계열에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걱정이 많아 결국 반대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인문계에 진학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가 아프시게 되며 이때 임지연은 철이 들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다. 반에서 1등을 넘어 전교 5등안까지 들었고 성격도 인싸 기질에 공부도 잘해서 반장으로 추천되었지만 어려서부터 명석했던 임지현은 반장은 잡일을 많이 한다는 걸 알았기에 거부했다고 한다.
한예종
하지만 그녀의 꿈은 변하지 않았고 늘 배우가 되겠다는 일념을 품고 있었다. 그랬기에 대학교만큼은 자신이 원하는 길을 택하고 싶었으며 공부를 열심히 했던 덕분인지 임지어는 수능에서 모의고사를 훨씬 웃도는 성적이 나와 그야말로 수능 대박이 터졌고, 이 성적을 기반으로 연기자 지망생들의 서울대이자 엔드 스펙인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첫사랑
임지연은 입시 준비를 할 때 연기 학원을 다녔었는데 한 오빠를 보게 되고 짝사랑에 빠지게 된다. 한 살위 오빠였고, 임지연은 노빠꾸(?)로 고백을 하며 그렇게 그녀는 첫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입학 후 한예종 커리큘럼은 상상 이상으로 빡쌨다. 자유 시간이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학교생활에 매진해야 했고, 너무도 바쁜 일정 때문에 둘은 서로 못 보는 기간이 길어졌으며, 결국 임지연은 먼저 이별 통보를 하고 18살 때부터 이어온 그녀의 첫사랑은 결국 2년 만에 끝나게 된다.
여담으로 그래서 한예종 연기과는 CC가 유독 많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임지연은 한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연애할 시간이 없어서 연애를 안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연애 할 기회가 없어서…”라며 자신은 남자만 생기면 바빠도 연애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정작 과거 그녀의 첫사랑은 정말 연애 할 시간이 없어서 헤어진 케이스라고 보여진다.
소속사
임지연은 학교를 다니면서 연극이나 단편 영화를 찍었고 그렇게 어느덧 한 학기만 남긴 채 휴학을 하게 된다. 이때 홀연단신으로 한 소속사를 찾아가는데 당시 김윤석, 유해진, 백윤식, 엄정화, 엄태웅 남매 등이 소속해 있던 심엔터테인먼트라는 소속사였다.
임지연이 평소에 좋아하던 배우가 많았고 집에서도 가까웠기에 프로필 사진만 들고 깡있게 무작정 찾아간 거였는데 운이 따라준 건지 때마침 엄태웅이 있었고 한 관계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임지연은 패기 있게 대표님을 뵙고 싶다고 말했고 알고 보니 그 관계자가 심엔터의 대표였다.
당시 임지연의 속마음은 ‘되면 되는 거고, 안 되면 말고’라는 마음이었다고 하며 평소 그녀의 모토이기도 했다. 그녀의 이런 당돌한 모습은 열정으로 비춰져 오히려 좋게 보여졌고 거기에 더해 흔치 않으면서 묘하게 관능적이었던 그녀의 마스크와 ‘한예종’이라는 스펙이 통해 결국 계약을 맺게 된다.
인간중독
그렇게 스물세 살 임지연에게 소속사는 <인간중독>이라는 작품의 기회를 주게 된다. <인간중독>은 <방자전>, <음란서생>의 김대우 감독 신작이었고 임지연의 역할은 ‘종가흔’이라는 화교 출신의 신비스러운 여자였다.
상대 배우가 무려 송승헌이었으며 임지연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마스크를 알아본 김대우 감독은 신인인데도 불구하고 그녀를 캐스팅했다. 그렇게 첫 촬영 날이 다가왔고 김대우 감독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나 스태프들에게 임지연은 사실 불안 요소였다.
신인에다 연기력조차 검증되지 않았기에 그녀가 어떤 연기를 펼칠지 모두가 주시했는데, 놀랍게도 임지연은 자신의 인생 첫 영화의 첫 촬영 날인데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김대우 감독은 정말 담대하다며 놀라워했고, 임지연은 훗날 인터뷰에서 ‘사실 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이며 학교 다닐 때 단편 영화나 연극 생활 때문에 현장에 많이 익숙해져서 그랬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은 전날 너무 떨려 잠도 안 와서 못 잔 게 아닐까?
파격적인 베드씬
그렇게 <인간중독>이 개봉했지만 144만 관객을 동원하며 성과는 미흡했다. 무엇보다 앞뒤 안 맞고 떨어지는 개연성으로 욕을 많이 먹었으며 신인이었던 임지연에게는 미세한 연기력이나 감정 표현이 아쉽다는 평도 따랐다.
하지만 신비스러운 분위기와 묘한 느낌은 제대로 살렸다며 호평도 있긴 했는데, 무엇보다 신인 배우인데도 수위 높은 베드신을 과감하게 잘 펼쳤다는 말이 많았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영화계 언론들조차 그녀의 외모와 몸매에 대해 극찬이 많았다.
특히 상대 배우가 대한민국 레전드 배우인 송승헌이었고 그 송승헌의 첫 베드신이며 무려 전라 노출을 선보였기에 엄청난 관심이 쏟아질 수 밖에 없었다. 확실히 임지연은 다른 여배우들과 다른 묘한 아우라가 있었고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한 느낌으로 많은 주목을 받으며 한순간에 벼락 스타가 되고 만다.
연기력
데뷔작 단 한 편으로 대동상 영화제 ‘신인 여우상’도 받고 단번에 1티어 여배우로 급부상했는데, 당시 전지현이 모델을 하고 있던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모델로도 발탁되었다.
1년 뒤 영화 <간신>이 그녀의 차기작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인간중독>보다 더욱 파격적인 수위의 베드신을 선보였다. 하지만 간신 또한 인간 중독처럼 영화 자체 흥행 성적은 좋지 못했고 이번에도 임지연에 대한 호평이 줄을 이루며 화제가 되었다. 그렇지만 비주얼 부분을 제외한 그녀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았고 좋지 못한 반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마스크는 신선했기에 드라마 쪽에서도 러브콜이 쇄도했고 그녀는 sbs 드라마 <상류사회> 서브 주연으로 발탁됐다 메인 주연이었던 유이가 발음이나 연기력으로 처참하게 까이며 상대적인 탓인지 임지연은 연기력이 이전보다는 나아졌다는 호평을 듣는다.
다음에 바로 sbs 드라마 <대박>에도 주연으로 출연하지만 주연인데도 비중이 적어 묻히게 되며, 같은 해 연말 mbc 주말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에서 처음으로 메인 주연을 맡으며 최고 시청률 26.6%까지 찍으며 좋은 성과를 거두는데, 인간 중독 이후 쉼없이 달려서인지 그녀는 영화 <럭키>를 마지막으로 2년 동안 작품을 쉬며 브라운관도 잠시 떠나게 된다.
복귀
휴식기를 마치고 그녀는 영화 <타짜 : 원아이드 잭>으로 돌아오는데, 첫째가 너무 잘나면 둘째와 셋째가 괴로운 법. 3부작까지 제작된 타짜는 1의 명성을 잊지 못하고 2와 3는 폭망해 버렸다.
특히 임지연이 출연한 타짜3는 2백20만 관객으로 손이 분기점도 못 넘겼다. 이후 꾸준히 활동하지만 만나는 작품들이 임팩트가 없었고 그녀 또한 서서히 묻히기 시작했다.
그러다 2022년 넷플릭스 한국판 <종이의 집 파트2>에서 임지연은 새로운 캐릭터 ‘서울’로 등장하게 되는데, 원작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는 악평들이 많아 사실상 흥행하지 못했고 임지연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하지만 그녀의 진짜 캐릭터는 따로 있었다.
더 글로리
바로 2022년 12월 30일에 공개된 화제의 드라마 더 글로리였다. 극중 주인공인 송혜교에게 학교 폭력을 주도한 일진 중 서열 1위의 금수저 리더였으며, 행동 하나하나가 잔악무도했고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임지연은 청순한 외모에 여태까지 답답할 정도로 착하다는 역할을 주로 맡아왔는데 이번이 그녀의 작품 중 첫 악역이었고, 그동안의 연기력 논란을 잠재울 만큼 엄청난 연기력으로 화제가 되었다. 심지어 하도 찰떡같이 연기를 잘해서 실제로 저런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고 166cm에 48킬로그램이라는 슬렌더 몸매인데도 색기 있는 느낌으로 외모까지 최고점을 찍는다.
현재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 월드 랭킹 4위까지 진입하며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으며 파트 2가 3월에 공개될 예정이다. 임지연은 주인공 송혜교보다 더 많은 화제가 되었고 이후 차기작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tvn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을 촬영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김태희와 투톱으로 연기를 펼치게 되며 스릴러물이라 또다시 귀추가 주목될 예정이다.
데뷔 때부터 큰 화제가 되며 빠르게 인기를 얻었던 임지연. 하지만 배우로서 중요한 연기력은 그런 인기와 비례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천재가 아닌 이상 누구나 다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다. 여러 작품을 통해 임지연은 발전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며, 이제야 자신에게 맞는 캐릭터를 찾고 그동안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사실 예전부터 임지연을 보면서 외모의 기복이 많다고 생각했다. 어쩔 때 보면 정말 이쁜데, 어쩔 때 보면 촌스럽기도 하고 그만큼 천의 얼굴인지는 모르겠지만 딱 지금 <더 글로리>의 느낌이 좋은 것 같다. 송혜교에 이어 김태희도 씹어 먹을지 그녀의 차기작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