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만 켜면 나왔던 배우
90년대 최고의 코미디 영화로 손꼽히는 주유소 습격 사건에서 등장과 동시에 시선을 사로잡는 철가방역으로 출연, 작은 배역이었지만 쫄깃한 연기를 선보이며 단숨에 춤으로 루키로 떠오른 김수로.
이후 반칙왕, 화산고 등 다양한 작품의 극의 재미를 살리는 감초 역할로 출연하며 조금씩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기 시작했는데요.김수로가 관객들의 선택을 받은 데엔 찰진 연기력도 한 몫 했지만, 무엇보다 그를 주목하게 만든 건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유쾌한 모습 덕분이었습니다.
상상플러스에 출연해 일명 꼭짓점 댄스를 선보여 전국민적인 열풍을 자아내는가 하면,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이천희와 유쾌한 케미를 보여주는 등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근한 모습으로 큰 사랑을 받았는데요. 일반적인 영화 배우라면 이렇게 잦은 예능 출연이 이미지 타격을 불러올 수도 있죠. 김수로는 웃긴 이미지 마저 한순간을 잊게 만드는 탁월한 연기력으로 작품에서도 항상 호평을 받는 게 일상이었죠.
연이은 실패를 한 인기 배우
하지만 언젠가부터 극장가에서 김수로의 모습을 보는 게 어려워졌습니다. 그 이유는 김수로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는데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비교적 나쁘지 않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2008년 개봉한 영화 ‘울학교 이티’가 65만 관객을 동원하며 실패한 것을 시작으로, ‘오감도’, ‘홍길동의 후예’, ‘퀴즈왕’, ‘로맨틱 헤븐’, ‘나는 왕이로소이다’등 김수로의 필모그래피 속 작품들은 제목조차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흥행에 부진했는데요.
드라마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공부의 신’, ‘신사의 품격’까지는 전성기 시절 인기를 그대로 이어갔지만 ‘돌아와요 아저씨’의 경우 동 시간대 방영한 ‘태양의 후예’에 밀려 처참히 망했고, ‘우리는 오늘부터’는 스토리와 개연성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며, 시청률이 5%도 채 넘지 못하는 망작 대열에 합류했죠.
배우의 길은 여기까지 인가?
이 같은 연이은 실패를 본인 역시 의식하고 있는지 김수로는 한 인터뷰에서 가장 사랑받을 것 같은 작품 골라 열심히 했는데, 실패하면 아픔은 끝이 없다 작품 실패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토로하기도 했는데요. 토크쇼에 출연해서도 300만 관객이 넘어서 출연하고 싶었다며 작품 흥행에 대한 열망을 내비치, 당시 대세 배우였던 하정우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등, 영화와 드라마 양쪽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의식하는 듯 보였습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자신이 주연을 맡은 영화 2편이 잇따라 망한 뒤, 들어오는 시나리오 양 자체가 확연히 줄었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한 김수로.이제는 대본조차 아예 들어오지 않아 활동을 강제로 중단한 걸까요? 영화의 경우는 2013년 톱스타를 마지막으로 주연급 출연은 전혀 없는 상황인데요.
이후 김수로는 연기보다는 제작 쪽으로 눈길을 돌려 연극 제작에 힘을 쏟았고, 이제는 어느덧 대학로에 극장까지 소유한 극장주라고 합니다. 연극계에서는 김수로가 제작한 연극은 믿고 본다는 말이 나올 만큼 어느 정도의 입지를 다진 듯한 김수로 배우로서의 위기를 잘 극복한 것 같은데 그래도 배우 김수로의 연기를 다시 한 번 볼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