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1, 2024

“내 앞에서 다시는 그러지 마라..” 한석규, 후배 여배우의 인생을 바꿔버릴 정도의 한 마디를 한 이유가..

독한 여배우

2019년 스릴러 영화 ‘우상’을 통해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세 배우가 호흡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스릴러 영화답게 꽤나 충격적인 장면들이 많이 있었는데요. 당시 가장 후배인 데다 작품에 가장 늦게 합류했던 천우희가 가장 고생을 했죠. 천우희는 극중 캐릭터 최련화 역을 완벽히 소화해내기 위해 눈썹을 두 차례나 밀었습니다.

천우희는 “일정이 6개월로 늘어나면서 눈썹을 두 번 밀게 됐어요. 한동안 집에서 칩거해야 했지만 신선한 경험이었죠. 그래도 여자로서 눈썹이 없다는 게 참 충격적이더라고요” 라며 당시를 회상했죠. 실제로 당시 이수진 감독은 천우희를 배려해 함께 눈썹을 밀어버렸다고 하는데요. 천우희의 고난은 눈썹 상실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극중 한석규가 천우희에게 해를 가했는데, 그녀의 엄지발가락에 침을 놓는 장면에서 실제로 바늘이 발톱과 살 사이를 파고들었던 것이죠. 천우희는 현장의 몰입을 깨지 않기 위해 이를 참았다고 하는데요. 한석규가 뒤늦게 그녀의 부상을 알게 된 이후 본인보다 더 속상해 했다는 후문도 들려왔죠.

촬영장에서 알게 모르게 천우에게 무척 힘든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천우희가 맡은 역할은 촬영 도중 눈에 청테이프를 붙였다가 떼는 것은 물론, 설정 때문에 오랜 시간 의자에 몸이 묶여 있는 등 온갖 고충을 다 겪어야 했죠. 심지어는 공황 장애까지 앓을 정도였지만 천우희는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하죠.

“조언을 아끼지 않는..”현실판 김사부

누군가는 이런 천우희의 살신성인 태도를 보고 “대단하다”라고 하겠지만, 이를 보던 한석규는 천우희에게 의외의 한마디를 던졌습니다.”이제 그만해라 우희야 이렇게까지 해야겠니?” 매번 후배들에게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며 열정적으로 조언했던 한석규의 평소 태도와 너무 달랐는데요.

알고 보니 한석규가 천우희를 이렇게까지 말린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실 당시 천우희가 맡았던 ‘우상’의 최련화 역은 베테랑인 한석규가 보기에도 쉽지 않은 역할이었습니다. 그는 “잘못하면 밑미천이 모두 드러나는 역할이었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한숨부터 나왔을 겁니다” 라며 쉽지 않은 배역을 완벽히 소화한 천우희를 칭찬했죠.

하지만 동시에 한석규는 천우희가 너무 빨리 지쳐버릴까 걱정했는데요. 한석규는 “몰입을 그만하라고 했어요. 조금 더 밝고 몰입을 안 해도 되는 캐릭터와 장르를 하라고요. 우희는 출발이 그래서 그런지 몰입을 많이 요하는 작품이 대부분이더라고요” 라고 전했는데요. 실제로 천우희는 우상을 촬영하기 전에도 ‘써니’, ‘한공주’, ‘카트’, ‘아르곤’ 등에서 상당한 몰입이 필요한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한석규는 강렬했던 첫 작품 때문에 천우희가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이나 캐릭터를 놓치고 가지 않을지 걱정을 했다고 합니다. 한석규 역시 몰입 때문에 현혹돼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는 한 인터뷰에서 3년간 공백기를 가졌던 이유를 두고 “왜 쉬었냐는 질문이 많아요. 당시 한국 영화는 부흥기였지만 거품이 많은 시기였죠.

영화 산업이 커질수록 내 연기도 들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라고 밝혔습니다. 그에게 배우란 나이 먹는 걸 기다리게 되는 직업이었고, 짧은 젊음과 인기를 지난 뒤 평온함을 느끼는 것까지가 온전한 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다행히 이를 빨리 깨달았던 덕분에 한석규의 필모그래피는 사극부터 메디컬 드라마, 범죄, 액션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들로 채워졌습니다.

그에게도 천우희와 같은 신인 시절이 있었고, 같은 시행착오를 겪어오며 연기에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애정어린 조언을 건넸던 것입니다. 또 10년 후, 20년 후를 생각했을 때 한석규는 지금은 본인이 선배지만 천우희와 같은 세대 배우로 묶일 것이라며 겸손함과 따뜻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죠.

한석규의 말에 인생이 바껴

천우희는 선배 한석규의 조언에 따라 인생 첫 로맨틱 코미디 작품에 도전했습니다. 덕분에 그녀의 또 다른 인생작 ‘멜로가 체질’이 탄생했죠.전우희는 그동안 보여주었던 어둡고 강렬한 연기가 아닌 사랑스럽고 현실적인 캐릭터 임진주역을 완벽히 소화해냈는데요.

이미 몇 차례 작품에 출연했지만 로코 연기는 처음이었던지라 천우희에게 신선하다는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당시 천우희는 첫 로코 작품에 대해 한석규에게 고민 상담을 했는데요. 되려 한석규는 담담하게 “넌 그런 모습을 한 번도 보인 적 없으니까, 시청자들도 본 적 없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 라고 조언을 건넸다고 하죠.

결국 한석규의 조언이 완벽히 맞아떨어진 것입니다. 천우희가 가진 사랑스럽고 엉뚱한 매력이 최근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재조명되기도 했죠. 한석규의 조언이 없었더라면 하마터면 이런 천우희의 모습들을 못 볼 뻔했네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후배들에게 최대한 디테일한 조언을 해주는 한석규의 모습은 마치 현실판 김사부와 다름없었는데요.

실제로 함께 ‘낭만닥터 김사부’를 촬영했던 유연석은 한석규를 두고 “후배를 위해 이렇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는 선배를 또 만날 수 있을까요?” 라며 한석규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죠. 아무래도 누구보다 오래 진심으로 배우 활동을 이어왔던 그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그간 쌓아온 경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에게 좋은 양분이 되어준 선후배 천우희와 한석규 두 배우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