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 2024

“이렇게 허망하게..” 장군의 아들 출연했던 배우 이일재, 안타깝게 가족 곁을 떠난 이유가..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김두한의 친구이자 라이벌인 김동회 역으로 데뷔한 배우 故 이일재. 그는 지난 2018년 예능 둥지 탈출에 두 딸과 함께 출연해 다시 활동하고 싶다라며 폐암 투병 사실을 고백했고 건강에 대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생전에 흡연한 경험이 한 번도 없는 비흡연자였음에도 폐암으로 투병 생활을 이어가야 했었는데요.

그가 떠난 후 남은 딸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은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리고 그는 생전 딸들에게 유달리 심한 잔소리를 했습니다. 떠나기 전까지 그가 남기고자 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야인시대 ‘김동진’의 이일재

이일재는 조직 영화에 여러 차례 모습을 비췄습니다. 그 영향인지 야인 시대에서 이정재를 배신하는 부하 김동진 역할을 맡기도 했습니다.

제3공화국에서 단역으로 재일교포 전세호 역할을 맡은 것으로 시작해 장록수, 찬란한 여명 등에 출연하면서 사극 전문 배우로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또한 시청자들에게 그를 크게 인식시켰던 배역은 무인시대에서 경대승의 라이벌 허승이었습니다. 특유의 표정 연기로 많지 않은 대사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포스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일, 징비록에서 원균, 연개소문에서 부여 윤충 등 사극 시대극에서 자주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술, 담배도 안 했는데 폐암이라니..

이일재는 지난 2018년 12월 그는 예능 프로그램 둥지 탈출의 딸들과 함께 출연해 폐암 투병 사실을 고백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폐암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했다며 걱정할까 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라고 고백했습니다.

당시 그는 “아주 위험한 상황까지 갔었지만, 고비를 넘겨 많이 회복했어요. 아이들이 너무 어리니까 내가 잘못됐을 때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이런 게 가장 가슴 깊이 와닿았어요. 열심히 살 수밖에 없다. 싶어서 무조건 살아야겠다. 결심했죠. 이제는 가족을 위해 신경을 써야 해요.”라고 극복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배우 박준규와 정흥채를 초대해 식사하며 암 투병 사실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날 박준규와 정흥채는 그런 사실을 뒤늦게 말해준 이일재에게 서운함을 드러냈습니다. 박준규는 “일재 형이 아플 사람이 아니었는데 마음이 아픈 걸 넘어서 깜짝 놀랐어요. 병이라는 게 술, 담배를 많이 하고 난잡하게 살아서 걸리는 게 아니구나라고 새삼 느꼈죠.

형을 빨리 봐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정흥채도 “농담하는 것도 아니고 깜짝 놀랐어요. 술과 담배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 더 마음이 아팠어요. 맥줏집 개업하고 바빠서 1년 동안 보지 못했는데 양심에 찔려서 형님에게 전화해 날짜를 잡으려 했더니 나 암 걸렸다. 4기다.라고 말했어요. 당시 진짜 믿어지지 않았고 누구보다 건강관리를 잘했던 형님이었는데 상상도 못했죠.”라고 말하며 울컥했습니다.

이에 이일재는 “주변에서 걱정하는 게 싫어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라며 암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는 “무조건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살아서 꼭 현장에 나가 일하고 싶어요.”라고 방송 복귀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그러면서 “얼굴에 올라온 것만 좀 괜찮아지면 다시 일을 시작할 생각이다.”라고 두 사람 앞에서 다짐했습니다.

오로지 가족만 생각한 배우

힘겨운 투병 중에도 아름다운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두 딸을 위한 행복꾼 사랑꾼의 면모를 잃지 않는 모습에 많은 시청자가 감동을 하였습니다. 가족의 식사가 끝나면 뒷설거지는 아빠 이일재의 몫이었고 여기서 딸들을 향해 유달리 심하게 잔소리했습니다. 그는 “늦게 결혼하다 보니 아이들이 어리니까, 제가 잘못됐을 때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무조건 살아야겠다. 싶었어요.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제가 잔소리를 많이 해서라도 사회 나가서 남들한테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듣길 바랐죠. 그러다 보니 잔소리가 많이 심해진 것 같아요.”라고 털어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첫째 딸 역시 아빠의 투병을 언급하며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정말 힘들었어요.”라며 당시를 설명했습니다.

둘째 딸 또한 “학교를 마치고 엄마에게 들었어요. 상상도 못 할 정도의 슬픔이에요.”라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패션 일을 해온 이일재의 아내는 캐나다에서 전업주부로 생활하며 두 딸을 뒷바라지했습니다. 이일재는 한국에서 기러기 아빠로 물심양면 지원했습니다.

아내는 남편의 투병 사실을 안 이후, 대신 가게 살림을 도맡게 됐습니다. 캐나다에서 유학 중이던 아이들 역시 유학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았지만, 그는 이 방송이 나가고 몇 달 뒤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하여 2019년 4월 5일 새벽 향년 58세의 나이로 사랑하는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