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 2025

“상상 못했던 최불암과의 마지막 작별..” 최수종, 최불암 마지막 길 배웅하고 그 뒤를 잇자 결국…

최불암, 14년 함께한 ‘한국인의 밥상’과 작별

‘한국인의 밥상’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한 사람, 한 목소리가 있다. 친근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는 목소리, 담담하지만 따뜻했던 말투. 배우 최불암의 내레이션은 단순한 설명을 넘어, 시청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위로와 같았다. 그가 14년 동안 함께한 KBS1 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안겼다. 영원할 것만 같던 그 목소리를 더 이상 방송에서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은 세대를 아우른 시청자들에게 짙은 여운을 남긴다.

‘한국인의 밥상’은 2011년 1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한국의 밥상 문화 속에 깃든 역사, 공동체, 그리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조명해왔다. 매회 다뤄지는 음식과 재료, 그리고 그 이면의 삶을 다정하게 안내한 사람은 바로 최불암이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의 시작과 함께했고, 700회를 맞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시청자 곁을 지켰다.

하지만 10일 방송된 700회 특집 ‘집들이 밥상’ 편을 마지막으로 그는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이날 방송은 지난 14년간 ‘한국인의 밥상’이 걸어온 여정을 회고하며, 최불암에게 보내는 감사와 헌사의 의미를 담았다. 또한 새로운 진행자 최수종과 함께 시작될 프로그램의 또 다른 장을 예고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후임 최수종의 각오

최불암의 후임으로 바통을 이어받게 된 배우 최수종은 ‘한국인의 밥상’에 합류하는 것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단번에 수락하지 못했다. 정말 많이 고민했다”며, 이 프로그램이 단지 교양 방송이 아닌 ‘시간과 감정이 축적된 상징적 콘텐츠’임을 강조했다.

최수종은 이어 “많은 분들이 기억하는 장면들 속에는 항상 최불암 선생님이 계셨다. 그 큰 존재감을 감당하려 하니 부담이 컸다”고 털어놓으며 “하지만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며, 한 걸음씩 배워가며 나아가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이날 방송에는 배우 이정현과 강부자도 출연해 최불암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표현했다. 이정현은 “최불암 선생님은 ‘한국인의 밥상’의 대들보 같은 분이다. 그분의 내레이션만으로도 힐링이 됐다”고 말했고, 강부자는 “표정과 몸짓 하나에서 음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게 최불암 선생님의 매력이고, 그래서 14년을 함께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한편, 이날 방송의 말미에서 최불암은 마지막 내레이션을 통해 “돌아보니 모든 순간이 저에게도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며 조용히 작별을 고했다. 담담한 어조 속에도 깊은 감회가 묻어나오는 말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여운을 남겼다.

“상징을 넘어서 하나의 역사”

‘한국인의 밥상’ 제작진은 10일 700회 특집 방송과 함께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불암의 하차 배경을 보다 자세히 설명했다. 연출을 맡은 임기순 PD는 “최불암 선생님은 프로그램의 상징이자 기둥이셨다. 작년 가을, 선생님께서 약 3개월간 휴식을 취하신 후 하차 의사를 밝히셨을 때 우리로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번 함께 더해주시길 요청드렸지만, 이미 결정을 굳히신 상태였다. 계속 부탁드리는 것이 오히려 제작진의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전하며, 최불암의 은퇴 결정에 존경과 감사를 표했다.

KBS 관계자 역시 “건강상의 문제는 전혀 없으며, 본인이 스스로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며 하차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후임자를 찾는 과정도 신중하게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 오랜 연기 경력과 진중한 이미지의 최수종이 새 진행자로 낙점됐다.

1940년생으로 올해 만 84세인 최불암은 1967년 KBS 드라마 ‘수양대군’으로 데뷔한 후, ‘전원일기’, ‘수사반장’ 등 수많은 장수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으며 ‘국민 배우’로 자리 잡았다. 1970년에는 배우 김민자와 결혼해 50년 넘게 금슬 좋은 부부로 살아오고 있으며, 최근까지도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건강한 모습과 아내에 대한 사랑꾼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2023년 9월 방송된 tvN STORY ‘회장님네 사람들’에서는 “지금도 아내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며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애정을 고백해 화제를 모았다. 그렇게 한 시대의 배우로, 한 프로그램의 상징으로 살아온 최불암. 그의 ‘한국인의 밥상’은 끝났지만, 그가 남긴 이야기와 따뜻한 목소리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머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