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년이 넘은 밴드의 메인보컬
록밴드 부활의 기타리스트이자 리더인 김태원은 정동하가 무명 가수 시절,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한 번에 반해 부활의 9대 보컬로 영입,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오랜 기간 함께 활동한 바 있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서로에게 윈윈이었는데요. 김태원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정동하의 창법을 교정해 주고, 정동화의 파워풀한 보컬에 어울리는 곡들을 작곡하면서 그를 차세대 보컬리스트로 성장시켰습니다.
정동하의 경우, 다소 올드한 느낌이 강했던 밴드 부활 이미지에 신선하고 젊은 분위기를 안겨주었고 덕분에 부활은 데뷔 30년이 넘는 원로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안정적인 인기를 누리며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죠.
갑작스러운 탈퇴와 불화설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부침도 있었지만 ‘부활’이라면 이제 누구나 정동하를 떠올릴 만큼의 입지를 구축하게 된 2013년, 정동화는 12월 마지막 콘서트를 마친 뒤 돌연 탈퇴를 선언해 팬들의 아쉬움을 낳았는데요.
전혀 예상에 없던 탈퇴 소식에 멤버 간 불화가 생긴 건 아닌지 여러 추측이 난무하던 가운데 탈퇴 후 불과 한 달여 만에 열린 정동하의 결혼식에 부활의 멤버들이 모두 불참했다는 소식은 불화설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습니다. 그래도 이후 2015년, 부활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에 정동화가 모습을 드러내 김태원과 포옹하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앞서 제기됐던 불화설은 종식되는 듯 했는데요.
하지만 2020년 12월, 김태원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정동하와의 앙금이 남아 있음을 밝혔죠. 정동하의 탈퇴 사유가 불화 때문이라는 주장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김태원은 정동하가 부활을 탈퇴한 뒤 “10년간 부활 노래를 했지만 음악들이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 무슨 노래인지도 모른 채 불렀다”라고 인터뷰를 했다며, 이 사실에 굉장히 서운했고 동시에 분노를 느꼈다고 전했는데요.
김태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자신을 발탁 해주고 가수로 키워준 김태원과 부활 멤버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지난 10년간의 활동을 부정한 정동하의 태도는 비난받기 충분했습니다. 실제로 김태원의 유튜브 발언이 일파만파 퍼지며, 정동하를 향한 비난 댓글이 줄을 잇기도 했죠.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러나 반전이 있었습니다. 김태원의 발언 때문에 졸지에 배은망덕한 ㅂㅐ신자가 된 정동화는 애초에 그런 인터뷰를 전혀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인데요.
정동하의 팬들 역시 정동하가 하는 모든 인터뷰를 팬 커뮤니티에서 공유하는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인터뷰는 등시초문이었고,심지어 문제의 인터뷰를 듣거나 보았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상식적으로 현재의 자신을 있게 한 그룹 활동을 부정하는 말을 대놓고 할 가수가 몇이나 될까요?
곧 사람들의 궁금증은 정동화가 하지도 않은 인터뷰를 거짓으로 만들어내며, 정동화를 코너로 몬 김태원으로 향했습니다. 몇몇 네티즌의 추측에 따르면, 이는 김태원의 단순한 오해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정동하는 탈퇴 후 진행된 한 인터뷰에서 부활 탈퇴 사유에 대한 질문을 받자, “부활의 음악은 너무 훌륭한 음악이지만 녹아들기 쉽지 않았고, 다른 장르도 해보고 싶었다”라는 답변을 한 적이 있는데, 이 답변을 김태원 혼자 곡해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었죠.
실제로 정동화는 2021년 한 인터뷰에서 오해를 하는 부분에 대해서 정중히 말씀드렸다. 화해라는 말을 들리기 무색할 정도라고 전하며, 김태원의 유튜브 발언에 따른 논란을 일축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정동화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 떨떠름한 구석이 남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동하는 부활를 탈퇴할 당시, 계약 기간이 꽤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김태원으로부터 “함께 3장의 앨범을 냈는데, 이렇게 반응이 없다면 우린 서로 안 맞는 게 아니니? 서서히 갈라설 준비를 하자”라는 말을 듣게 됐고, 이 말이 촉매제가 돼 반강제적으로 부화를 탈퇴하게 됐다고 하죠.
거기다 탈퇴 이후에는 김태원이 혼자 오해해 경솔한 발언을 한 나머지 잠깐이지만 사람들로부터 배은망덕하다고 이유 없는 비난까지 듣게 됐으니 문제가 없다고는 밝혔으나 김태원을 대하는 게 마냥 편하지만은 않을 것 같네요.